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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자금세탁방지 의무의 한계와 차등 규율의 필요성 [이수경 전문가] 20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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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자금세탁방지 의무의 한계와 차등 규율의 필요성
중소사업자·플랫폼 현실을 고려한 비례성의 원칙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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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


2025년 11월, FIU는 두나무에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약 860만 건을 적발하고 과태료 352억 원을 부과했다. AML 의무가 VASP에 적용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내부통제 수준이 법과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형 사업자의 이야기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금융회사등'에 포함되면서도 AML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 전자금융업자, PG사,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문제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대형 제재 뒤에 가려진 중소사업자 문제

국내 등록 PG사 약 150개(2023년 기준) 중 AML 시스템과 전담 조직을 갖춘 곳은 일부 대형사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결제·정산을 부수업무로 운영하며, 수억 원이 소요되는 AML 인프라를 상시 유지하기 어렵다. 문제는 특정금융정보법 제2조제1호가 은행, 증권사, PG사, VASP를 업종 특성·규모·거래 구조 구분 없이 동일한 의무 수준으로 묶는다는 점이다. 수조 원 규모의 시중은행과 결제 기능을 부수로 수행하는 중소 플랫폼이 같은 규제 틀 안에 놓이는 불균형이다. 이 불균형은 형평성이 아니라 AML 제도의 효과성과 직결된다. FATF가 위험기반접근(RBA)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국 역시 지급결제사업자의 규모와 위험에 따라 의무와 감독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영국, 싱가포르 MAS, EU AMLD의 공통점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위험에 비례하는 설계다.



검사 강화만으론 부족하다

FIU는 2025년 말 PG사와 상호금융을 자금세탁의 '약한 고리'로 지목하며 2026년 검사 강화를 예고했다. 위험 지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검사 강화를 획일적 강도의 확대만으로 접근한다면, 위험이 낮은 다수의 중소사업자에게 형식적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제는 규제의 양이 아니라 위험에 비례하는 규율 체계(Proportionality)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AML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위험에 비례한 의무 설계다. 업종별 특성, 거래 구조, 고객 위험도에 따라 AML 의무 수준을 차등화해야 한다. 은행·증권사·PG사·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가상자산사업자는 사업 구조와 위험이 다른 만큼 CDD, EDD, 거래모니터링, 독립적 감사 등 내부통제 수준도 위험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규모에 비례한 감독이다. 사업 규모와 실제 위험 프로파일을 반영해 검사 빈도·범위·강도를 차등화해야 한다. 고위험 기관에는 감독 자원을 집중하고, 저위험 기관에는 자율 개선과 컨설팅 중심의 감독을 확대하는 것이 감독 효율성과 제도 효과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이다.

셋째, 역량을 고려한 지원이다. 중소사업자가 AML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공동 KYC, 제재리스트 검색, 거래모니터링 등 공통 인프라와 업종별 실무 가이드라인을 확대해야 한다. 규제 준수 역량은 의무 부과만으로는 부족하다.



비례성 원칙을 AML 제도 설계에 담아야 할 때

차등 규율은 특혜나 규제 완화가 아니다. 위험이 낮은 사업자의 부담은 합리적으로 조정하되, 보이스피싱 가상계좌·불법도박·대포통장 등 실제 자금세탁의 '약한 고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독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FATF 상호평가 역시 기술적 준수를 넘어 실질적 효과성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목적은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데 있지 않다. 회 전체의 자금세탁 위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같은 위험에는 같은 규제를, 다른 위험에는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비례성(Proportionality)의 원칙을 제도 설계와 감독 전반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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