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의심계좌 정지제도, 관건은 '정지 이후'다 [윤미경 연구위원] 2026.6.24.

조회수 57

- 법원 결정 전 계좌정지 추진, 범죄수익 초기 차단이 목적
- 개별 거래를 보류하는 해외 제도와 달리 정지 대상은 계좌,
관건은 '정지 이후'
- 접수·기록·고객 응대까지, 금융회사의 운영 과제

윤 미 경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금융회사가 법령에 따라 고객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일은 낯선 업무가 아니다.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면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지급정지를 한다. 이는 피해금 환급 절차와 연결된 조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도입을 추진하는 '중대 민생침해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는 성격이 다르다. 피해금 환급보다는 범죄수익의 이전과 은닉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FIU는 2026년 2월 5일 「'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발표하며, 마약, 도박, 테러자금조달 행위 등 특정 중대 민생침해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 수사기관 요청 등에 따라 FIU가 계좌정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좌정지와 관련된 제도는 이미 영역별로 마련되어 있다. 테러·핵확산 관련자의 모든 계좌는 테러자금금지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금융거래등제한대상자로 지정·고시한다. 보이스피싱 의심계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지급정지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의심계좌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급정지를 결정해 금융회사에 요청한다.


다만 그 밖에 범죄수익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법원의 몰수·추징보전명령을 거치기 전에는 행정기관 단계에서 곧바로 지급정지할 근거가 없다. 그래서 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사이 범죄수익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공백이 생긴다. 중대 민생침해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개정 추진안에 따르면, FIU가 계좌정지를 결정하고 금융회사에 조치를 요청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출처: 금융정보분석원(FIU), 「'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2026.2.5)


이러한 논의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FIU는 2024년 2월 「2024년 금융정보분석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검찰 수사 전 단계에 범죄수익의 은닉을 신속하게 방지하기 위한 의심 거래 선제적 거래정지제도(Suspension)의 도입 검토를 밝힌 바 있다. 이는 FATF가 각국에 도입을 권고한 제도로, 영국·독일·핀란드 등 49개국이 시행 중이라고 에그몽그룹의 2022년 보고서는 전한다.


다만 해외의 Suspension 제도는 국가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개별 거래의 집행을 일시 보류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반면, 이번에 추진되는 의심계좌 정지제도는 계좌 자체를 정지 대상으로 한다. 계좌가 정지되면 그 계좌의 입출금이 전부 막힌다. 그래서 이 제도에서는 정지 자체만큼이나 정지 이후의 관리가 중요해진다.


FIU는 이 제도를 추진하면서 권익 보호 방안도 함께 밝혔다. 발표 당시 재산권 등 권익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요건을 두고, 이의제기 절차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속한 정지와 권익 보호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제도의 세부 내용은 아직 법률로 확정되지 않았다. 발표된 계획에 기본 방향이 담겼을 뿐,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입법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제도의 방향만 놓고 보면, 금융회사가 준비하게 될 과제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다.


먼저 계좌정지 요청을 접수해 실제 조치로 연결하는 일이다. 구상대로 입법될 경우, 계좌 정지는 금융회사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FIU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는 만큼, 외부의 공식 요청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책임 체계와 절차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 이다.


조치에 대한 기록 관리도 중요하다. 계좌정지는 고객의 금융거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조치이므로, 언제 어떤 근거로 정지했고 언제 해제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감독기관 검사, 내부감사, 고객 문의에서 조치의 적정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 기록이다.


고객 응대도 빼놓을 수 없다. 계좌가 정지되면 명의인의 문의가 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수사와 연계된 조치인 만큼, 정지 사실과 사유를 어디까지 안내할 수 있는지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런 제약을 전제로, 고객 접점마다 일관된 안내가 이루어지도록 미리 정리해 두는 것 또한 금융회사의 몫이다.

앞으로 제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해제 기준이다. 이의제기 절차가 함께 마련되는 이상, 정지된 계좌를 어떤 요건과 절차로 풀 것인지도 제도 설계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신속한 정지와 함께, 사후에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를 다루는 기준이 갖춰질 때 제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결국 의심계좌 정지제도의 실효성은 계좌를 얼마나 빨리 정지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좌를 제때 정지하는 것과 함께, 정지 이후의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어느 한 부서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계좌를 정지하고, 그 근거를 기록하고, 고객 문의에 응대하는 일이 서로 맞물린다. 새 제도에서 금융회사에 남는 과제는 정지가 아니라 '정지 이후'다.


[참고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2026.2.5)
금융정보분석원(FIU), 「2024년 금융정보분석원 업무계획」(2024.2)

0656afd7a946d.png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