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TF 자산환수 기준 강화와 국내 제도의 한계
- 현장 실무의 딜레마와 균형점 상충
- 해외 선진 사례의 시사점
- 민관 협력형 3각 거버넌스 제언

김홍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제도는 국제 금융질서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범죄수익 은닉과 테러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는 지속적으로 AML관련 권고사항을 강화해왔다. 2025년 10월 열린 FATF 총회에서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으며, 이는 불법자산의 동결, 몰수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범죄가 수익이 되지 않도록(Make Crime Unprofitable)” 각국의 제도 정비와 원칙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AML 제도는 이러한 국제 기준에 비추어볼 때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와 같은 실질적 제재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와 행정적 지침이 미비하다는 점은 FATF의 권고사항과 괴리를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초국가적 범죄조직인 프린스 그룹(Prince Group) 및 그 계열사를 SDN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후 프린스 그룹 등과 거래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관련 계좌 및 거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선을 겪고 있는 사례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다.
본 기고문은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국 AML 제도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와 관련된 법적-행정적 한계를 분석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개선과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금융질서 속에서 책임 있는 AML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법적 면책과 고객의 사유재산권 보장이라는 상충 가치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실무적·제도적 거버넌스적 대안을 규명하고자 한다.
의심계좌 신속 정지와 거버넌스적 상충 관계 : 면책과 재산권 보장의 균형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대한 신속한 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는 FATF가 강조하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의 핵심 실천 과제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최종 판단(압수수색영장이나 몰수보전명령 등)이 내려지기 전, 행정적·민간 금융회사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계좌를 동결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현행 한국 AML 체계에서 실무자들이 겪는 혼선과 소극적 대응의 본질은 바로 이 '신속한 제재 의무'와 사법상 계약 관계에 있는 '고객의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의 거버넌스적 상충 관계에서 기인한다.
금융기관이 명확한 구체적 법적 근거 없이 의심만으로 계좌를 동결할 경우, 자칫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나 계약위반 책임 등 심각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후술할 국내 금융권의 불법사금융 의심계좌 대응 실무에서 특금법상 고객확인(CDD) 조항을 우회하여 고객에게 2~3일의 소명 유예기간을 주는 프로세스 역시, 이러한 법적 소송 리스크를 회피하는 동시에 선의의 고객이 입을 수 있는 오탐(False Positive)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실무자들이 고안해낸 임시적 균형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방식은 제도적 영속성을 가질 수 없으며, 자산 은닉 속도가 분 단위로 정교화된 초국경 범죄나 중대 민생범죄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규제 당국과 학계가 지적하는 재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안심 이행을 위한 '법적 면책'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즉, 신속한 동결 프로세스를 작동시키되 이에 수반되는 법적·실무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조율할 수 있는 '민관 협력형 통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구축이 필연적이다.
FATF 자산환수 가이드라인 개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방지를 위한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핵심 기구로, 1989년 G7 정상회의에서 설립된 이후 전 세계 AML 정책의 방향을 주도해왔다. FATF는 회원국의 AML 제도에 대한 상호평가를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고, 권고사항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유도한다.
2025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FATF 총회에서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다. 이는 범죄수익 및 불법자산의 효과적인 동결, 몰수, 환수를 위한 법적-행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을 포함한다.
● 불법자산의 신속한 동결 및 몰수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
각국은 범죄수익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해야 하고, 자산동결 및 몰수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국제공조를 통한 자산추적 및 환수 절차 간소화
FATF는 국가 간 자산환수 요청 및 정보공유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질적 협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
●금융기관의 제재이행 책임 강화
금융기관은 제재 대상자의 자산을 식별하고,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 중단 및 계좌동결 의무화
FATF는 각국이 제재 대상자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관련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OFAC 제재 체계, EU의 제재이행지침, 싱가포르의 MAS 규제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반영한 것으로, AML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산환수는 단순한 제재 조치를 넘어, 범죄수익을 실질적으로 박탈함으로써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FATF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AML 제도의 현황과 한계
한국은 자금세탁방지법제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범죄수익은닉법」, 「테러자금금지법」 등 다양한 법률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정보분석원(KoFIU)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 법적 근거의 불명확성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의 예방과 금융정보의 수집∙분석을 위한 틀을 제공하지만, 불법자산의 동결이나 실시간으로 계좌 거래중지에 관한 명시적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역시 몰수∙추징 중심의 형사절차에 치중되어 있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
○ 행정적 지침의 부재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 혹은 명의자의 자금세탁행위를 인지했을 경우, 어떤 절차를 통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좌를 동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지침이나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실무자들이 제재 이행에 있어 혼선을 겪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 실무 집행 사례(불법사금융 이용 계좌 고객확인 재이행)
계좌 동결 및 거래중지를 위한 법적, 행정적 절차가 미비하다 보니, 현재는 금융감독원이 불법사금융 의심 계좌를 파악하여 금융회사에 전달하면 금융회사는 명의인을 ‘강화된 고객확인(EDD)’ 대상으로 분류하여 지점 내방을 통한 고객확인을 수행한다. 이때 고객 통지일로부터 2~3영업일 이내에 정상적인 거래자금 원천과 거래 목적 등이 소명되지 않는다면 즉시 입출금 정지 조치를 내리는 실무 프로세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현재 특금법상 ‘고객확인 미이행시 거래 거절 및 중지’ 조항을 우회적인 법적 근거로 삼아 실실적인 계좌 동결 효과를 내고 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제재이행 체계 비교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은 각국이 불법자산에 대한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제재 대상자에 대한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금융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 국가의 제재이행 체계에 대한 비교이다.
○ 미국(OFAC 제재 체계)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제재 대상자(SDN) 명단을 운영하며, 해당 인물 또는 기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은 OFAC 제재를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막대한 벌금과 형사처벌이 부과된다. 또한 금융기관은 실시간 SDN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며, 의심거래를 자동 차단하는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 유럽연합(EU AMLD)
EU는 공통의 대외정책에 따라 제재 대상자 명단을 정기적으로 갱신하며, 회원국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하여 이행한다. EU의 제재이행지침은 자산동결, 금융거래 금지, 금융서비스 제공 제한 등을 포함하며, AMLD(자금세탁방지지침)는 6차 개정까지 이루어져 금융기관의 고객실사(KYC), 실질적 소유자(UBO) 확인 의무를 강화한다. 특히 EU는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가 발생할 경우, 즉시 보고하고 자산을 동결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 싱가포르(MAS 가이드라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자금세탁방지 및 제재이행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MAS는 UN 제재 및 자체 제재 명단을 운영하며, 금융기관은 고객 실사(KYC) 및 거래 모니터링을 통해 제재 대상자를 식별하고, 관련 자산을 즉시 동결해야 한다. MAS는 이를 위반한 금융기관에 대해 행정처분 및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 일본(범죄수익 이전방지법 및 의심계좌 공동 대응 시스템)
일본은 최근 자금세탁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치며 계좌 동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던 기존 절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권 공동의 ‘신속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전국은행협회 주도로 도입되는 이 시스템은 특정 은행이 의심 거래를 탐지하면, 다음 영업일까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은행에 해당 계좌번호, 명의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각 은행은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동일 명의나 관련 거래가 있는 계좌를 신속히 동결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일본 금융청이 ‘범죄수익 이전방지법’의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부정 이용 계좌 정보 공유 의무를 명문화한다는 것이다. 의심 계좌 정보 공유나 자금세탁 이용 계좌 동결 등 제재이행 대응을 소홀히 한 금융기관은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적∙행정적 근거를 마련하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비교>
개선과제 및 거버넌스 고도화 방안
한국 AML 제도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와 관련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의 정비와 금융기관의 실무 대응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재이행 체계 구축과 기술 기반 대응 전략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 입법적 보완(면책 규정 신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대한 명시적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의 예방과 정보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자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특금법 또는 별도 법률에 자산동결 및 거래중지 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금융기관의 제재이행 의무를 명문화하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정당한 의심에 기한 정지 조치'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및 실무자의 민·형사 및 행정상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 조항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소극적 컴플라이언스 행태를 타파할 수 있다
○ 은행연합회 중심의 민관 협력형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거버넌스 핵심)
법적 기반 마련과 함께, 금융기관이 제재 상황에 신속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침과 실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계좌 중지 및 동결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일본 전국은행협회의 사례처럼 '금융권 공동 의심거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FIU)가 포괄적인 사전 동결권을 독점할 때 발생하는 사법권 침해 및 과잉 규제 일방 통행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협의체인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회원사 간 의심 거래 및 해외 제재 명단 정보를 실시간 교환·필터링하고,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면책 기준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FIU - 은행연합회 - 개별 금융회사' 간의 3각 거버넌스가 확립되어야 한다.
○ 고객 재산권 보호를 위한 ‘패스트트랙 소명 프로세스’ 표준화
이 거버넌스 체계 내에서는 교수회 및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고객 재산권 침해와 오탐 리스크를 제어할 통제 장치도 함께 표준화되어야 한다. 현행 불법사금융 대응 실무에서 활용하는 2~3영업일의 소명 프로세스를 연합회 모범규준 내에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패스트트랙 이의신청 제도'로 명문화하는 방식이다.
정당한 자금 원천과 거래 목적을 신속히 소명한 고객에 대해서는 즉시 정지를 해제하는 표준 절차를 구축하고, 금융회사가 이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을 때 리스크를 면제해 준다면 신속한 불법자산 차단(FATF 기준)과 선의의 국민 기본권 보장(헌법적 가치)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를 실무 거버넌스 내에서 완벽히 조화시킬 수 있다.
○ 국제공조 및 정보공유 체계 강화
자산환수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FATF, OFAC, EU 등과의 정보공유 및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한국도 국제 제재 이행에 있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FATF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 외국 제재 명단(SDN 등)과의 자동 연동 시스템 개발, 국제공조를 위한 법무·외교·금융기관 간 협력 체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 최신 정책 동향 반영(중대 민생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초국경범죄 및 민생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마약, 도박, 국제범죄와 관련한 중대 민생 범죄의 경우 ‘의심계좌 정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국제범죄나 보이스피싱∙납치 등 중대 민생범죄에 연루된 계좌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압수∙몰수 절차와 연계된다. 이러한 제도적 진전은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과 부합하며, 본 연구에서 제안한 민관 협력형 거버넌스 및 패스트트랙 소명 장치와 결합될 때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고 제도적 실효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2025년 FATF 총회에서 자산환수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채택되면서, 불법자산의 동결 및 환수는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AML 제도는 여전히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대한 법적·행정적 기반이 미비하며, 특히 캄보디아 OFAC 제재 사례에서 드러난 실무적 혼선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실제 금융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기관의 몰수보전명령이 떨어지기 전, 금융정보분석원 및 현행 금융회사 단계에서 신속하게 계좌를 막을 수 있는 권한과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것이 '고객의 재산권 침해'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세탁 의심거래를 차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면책을 부여하되,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신속 소명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본 리포트는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을 분석하고 한국 AML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한 후, 입법적 보완, 전국은행연합회 중심의 민관 협력 거버넌스 플랫폼 구축, 패스트트랙 소명 프로세스 정립 등의 개선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개선방안은 단순히 제재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으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강력한 균형적 수단이 될 것이다. 향후에는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AML 거버넌스의 확장과 정교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민간 협의체 간의 지속적인 거버넌스적 협력이 요구된다.

- FATF 자산환수 기준 강화와 국내 제도의 한계
- 현장 실무의 딜레마와 균형점 상충
- 해외 선진 사례의 시사점
- 민관 협력형 3각 거버넌스 제언
김홍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제도는 국제 금융질서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범죄수익 은닉과 테러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한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는 지속적으로 AML관련 권고사항을 강화해왔다. 2025년 10월 열린 FATF 총회에서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으며, 이는 불법자산의 동결, 몰수 절차를 보다 신속하고 “범죄가 수익이 되지 않도록(Make Crime Unprofitable)” 각국의 제도 정비와 원칙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AML 제도는 이러한 국제 기준에 비추어볼 때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와 같은 실질적 제재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와 행정적 지침이 미비하다는 점은 FATF의 권고사항과 괴리를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초국가적 범죄조직인 프린스 그룹(Prince Group) 및 그 계열사를 SDN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후 프린스 그룹 등과 거래가 있는 금융기관들이 관련 계좌 및 거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선을 겪고 있는 사례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다.
본 기고문은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한국 AML 제도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와 관련된 법적-행정적 한계를 분석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개선과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금융질서 속에서 책임 있는 AML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나아가 금융기관의 법적 면책과 고객의 사유재산권 보장이라는 상충 가치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실무적·제도적 거버넌스적 대안을 규명하고자 한다.
의심계좌 신속 정지와 거버넌스적 상충 관계 : 면책과 재산권 보장의 균형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대한 신속한 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는 FATF가 강조하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의 핵심 실천 과제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최종 판단(압수수색영장이나 몰수보전명령 등)이 내려지기 전, 행정적·민간 금융회사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계좌를 동결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현행 한국 AML 체계에서 실무자들이 겪는 혼선과 소극적 대응의 본질은 바로 이 '신속한 제재 의무'와 사법상 계약 관계에 있는 '고객의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치의 거버넌스적 상충 관계에서 기인한다.
금융기관이 명확한 구체적 법적 근거 없이 의심만으로 계좌를 동결할 경우, 자칫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나 계약위반 책임 등 심각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후술할 국내 금융권의 불법사금융 의심계좌 대응 실무에서 특금법상 고객확인(CDD) 조항을 우회하여 고객에게 2~3일의 소명 유예기간을 주는 프로세스 역시, 이러한 법적 소송 리스크를 회피하는 동시에 선의의 고객이 입을 수 있는 오탐(False Positive)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실무자들이 고안해낸 임시적 균형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방식은 제도적 영속성을 가질 수 없으며, 자산 은닉 속도가 분 단위로 정교화된 초국경 범죄나 중대 민생범죄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규제 당국과 학계가 지적하는 재산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안심 이행을 위한 '법적 면책'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즉, 신속한 동결 프로세스를 작동시키되 이에 수반되는 법적·실무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조율할 수 있는 '민관 협력형 통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의 구축이 필연적이다.
FATF 자산환수 가이드라인 개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방지를 위한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핵심 기구로, 1989년 G7 정상회의에서 설립된 이후 전 세계 AML 정책의 방향을 주도해왔다. FATF는 회원국의 AML 제도에 대한 상호평가를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고, 권고사항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유도한다.
2025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FATF 총회에서는 자산환수(Asset Recovery)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다. 이는 범죄수익 및 불법자산의 효과적인 동결, 몰수, 환수를 위한 법적-행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을 포함한다.
● 불법자산의 신속한 동결 및 몰수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
각국은 범죄수익을 식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해야 하고, 자산동결 및 몰수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국제공조를 통한 자산추적 및 환수 절차 간소화
FATF는 국가 간 자산환수 요청 및 정보공유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질적 협력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
●금융기관의 제재이행 책임 강화
금융기관은 제재 대상자의 자산을 식별하고,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좌를 동결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 중단 및 계좌동결 의무화
FATF는 각국이 제재 대상자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고, 관련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OFAC 제재 체계, EU의 제재이행지침, 싱가포르의 MAS 규제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반영한 것으로, AML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산환수는 단순한 제재 조치를 넘어, 범죄수익을 실질적으로 박탈함으로써 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FATF의 전략적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AML 제도의 현황과 한계
한국은 자금세탁방지법제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범죄수익은닉법」, 「테러자금금지법」 등 다양한 법률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정보분석원(KoFIU)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 법적 근거의 불명확성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의 예방과 금융정보의 수집∙분석을 위한 틀을 제공하지만, 불법자산의 동결이나 실시간으로 계좌 거래중지에 관한 명시적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역시 몰수∙추징 중심의 형사절차에 치중되어 있어,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
○ 행정적 지침의 부재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 혹은 명의자의 자금세탁행위를 인지했을 경우, 어떤 절차를 통해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좌를 동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지침이나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실무자들이 제재 이행에 있어 혼선을 겪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 실무 집행 사례(불법사금융 이용 계좌 고객확인 재이행)
계좌 동결 및 거래중지를 위한 법적, 행정적 절차가 미비하다 보니, 현재는 금융감독원이 불법사금융 의심 계좌를 파악하여 금융회사에 전달하면 금융회사는 명의인을 ‘강화된 고객확인(EDD)’ 대상으로 분류하여 지점 내방을 통한 고객확인을 수행한다. 이때 고객 통지일로부터 2~3영업일 이내에 정상적인 거래자금 원천과 거래 목적 등이 소명되지 않는다면 즉시 입출금 정지 조치를 내리는 실무 프로세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현재 특금법상 ‘고객확인 미이행시 거래 거절 및 중지’ 조항을 우회적인 법적 근거로 삼아 실실적인 계좌 동결 효과를 내고 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제재이행 체계 비교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은 각국이 불법자산에 대한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제재 대상자에 대한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금융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다음은 이들 국가의 제재이행 체계에 대한 비교이다.
○ 미국(OFAC 제재 체계)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제재 대상자(SDN) 명단을 운영하며, 해당 인물 또는 기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은 OFAC 제재를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막대한 벌금과 형사처벌이 부과된다. 또한 금융기관은 실시간 SDN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며, 의심거래를 자동 차단하는 기술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 유럽연합(EU AMLD)
EU는 공통의 대외정책에 따라 제재 대상자 명단을 정기적으로 갱신하며, 회원국은 이를 국내법에 반영하여 이행한다. EU의 제재이행지침은 자산동결, 금융거래 금지, 금융서비스 제공 제한 등을 포함하며, AMLD(자금세탁방지지침)는 6차 개정까지 이루어져 금융기관의 고객실사(KYC), 실질적 소유자(UBO) 확인 의무를 강화한다. 특히 EU는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가 발생할 경우, 즉시 보고하고 자산을 동결할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 싱가포르(MAS 가이드라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자금세탁방지 및 제재이행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MAS는 UN 제재 및 자체 제재 명단을 운영하며, 금융기관은 고객 실사(KYC) 및 거래 모니터링을 통해 제재 대상자를 식별하고, 관련 자산을 즉시 동결해야 한다. MAS는 이를 위반한 금융기관에 대해 행정처분 및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 일본(범죄수익 이전방지법 및 의심계좌 공동 대응 시스템)
일본은 최근 자금세탁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치며 계좌 동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던 기존 절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권 공동의 ‘신속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전국은행협회 주도로 도입되는 이 시스템은 특정 은행이 의심 거래를 탐지하면, 다음 영업일까지 시스템을 이용하는 모든 은행에 해당 계좌번호, 명의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각 은행은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동일 명의나 관련 거래가 있는 계좌를 신속히 동결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일본 금융청이 ‘범죄수익 이전방지법’의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부정 이용 계좌 정보 공유 의무를 명문화한다는 것이다. 의심 계좌 정보 공유나 자금세탁 이용 계좌 동결 등 제재이행 대응을 소홀히 한 금융기관은 행정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한 법적∙행정적 근거를 마련하여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비교>
구분
미국
EU
싱가포르
일본
제재 명단
SDN 리스트
EU 통합 제재 명단
UN 및 자체 명단
경찰청 명단 및
은행권 공유 명단
법적 근거
연방법 및 행정명령
EU 규정 및
각국 국내법
MAS가이드라인 및 금융법
범죄수익
이전방지법
금융기관
의무
거래중단, 자산동결,
보고의무
자산동결, 금융 제한,
보고의무
고객실사, 거래모니터링,
자산동결
정보 공유 및
계좌 동결
위반시 제재
민∙형사 처벌, 벌금
행정처분, 벌금
행정처분, 벌금
행정처분
개선과제 및 거버넌스 고도화 방안
한국 AML 제도의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와 관련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의 정비와 금융기관의 실무 대응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재이행 체계 구축과 기술 기반 대응 전략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 입법적 보완(면책 규정 신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대한 명시적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특금법은 자금세탁행위의 예방과 정보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자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특금법 또는 별도 법률에 자산동결 및 거래중지 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금융기관의 제재이행 의무를 명문화하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정당한 의심에 기한 정지 조치'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및 실무자의 민·형사 및 행정상 책임을 면제하는 면책 조항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의 소극적 컴플라이언스 행태를 타파할 수 있다
○ 은행연합회 중심의 민관 협력형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거버넌스 핵심)
법적 기반 마련과 함께, 금융기관이 제재 상황에 신속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침과 실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계좌 중지 및 동결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일본 전국은행협회의 사례처럼 '금융권 공동 의심거래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FIU)가 포괄적인 사전 동결권을 독점할 때 발생하는 사법권 침해 및 과잉 규제 일방 통행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협의체인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회원사 간 의심 거래 및 해외 제재 명단 정보를 실시간 교환·필터링하고,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면책 기준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FIU - 은행연합회 - 개별 금융회사' 간의 3각 거버넌스가 확립되어야 한다.
○ 고객 재산권 보호를 위한 ‘패스트트랙 소명 프로세스’ 표준화
이 거버넌스 체계 내에서는 교수회 및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고객 재산권 침해와 오탐 리스크를 제어할 통제 장치도 함께 표준화되어야 한다. 현행 불법사금융 대응 실무에서 활용하는 2~3영업일의 소명 프로세스를 연합회 모범규준 내에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패스트트랙 이의신청 제도'로 명문화하는 방식이다.
정당한 자금 원천과 거래 목적을 신속히 소명한 고객에 대해서는 즉시 정지를 해제하는 표준 절차를 구축하고, 금융회사가 이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을 때 리스크를 면제해 준다면 신속한 불법자산 차단(FATF 기준)과 선의의 국민 기본권 보장(헌법적 가치)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를 실무 거버넌스 내에서 완벽히 조화시킬 수 있다.
○ 국제공조 및 정보공유 체계 강화
자산환수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FATF, OFAC, EU 등과의 정보공유 및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한국도 국제 제재 이행에 있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FATF 권고사항에 부합하는 정보공유 플랫폼 구축, 외국 제재 명단(SDN 등)과의 자동 연동 시스템 개발, 국제공조를 위한 법무·외교·금융기관 간 협력 체계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 최신 정책 동향 반영(중대 민생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초국경범죄 및 민생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마약, 도박, 국제범죄와 관련한 중대 민생 범죄의 경우 ‘의심계좌 정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국제범죄나 보이스피싱∙납치 등 중대 민생범죄에 연루된 계좌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압수∙몰수 절차와 연계된다. 이러한 제도적 진전은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과 부합하며, 본 연구에서 제안한 민관 협력형 거버넌스 및 패스트트랙 소명 장치와 결합될 때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키고 제도적 실효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2025년 FATF 총회에서 자산환수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이 채택되면서, 불법자산의 동결 및 환수는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AML 제도는 여전히 계좌동결 및 거래중지 조치에 대한 법적·행정적 기반이 미비하며, 특히 캄보디아 OFAC 제재 사례에서 드러난 실무적 혼선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실제 금융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기관의 몰수보전명령이 떨어지기 전, 금융정보분석원 및 현행 금융회사 단계에서 신속하게 계좌를 막을 수 있는 권한과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것이 '고객의 재산권 침해'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세탁 의심거래를 차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법적 면책을 부여하되, 동시에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신속 소명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본 리포트는 FATF의 자산환수 가이드라인을 분석하고 한국 AML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한 후, 입법적 보완, 전국은행연합회 중심의 민관 협력 거버넌스 플랫폼 구축, 패스트트랙 소명 프로세스 정립 등의 개선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개선방안은 단순히 제재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으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강력한 균형적 수단이 될 것이다. 향후에는 디지털 자산, 가상화폐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AML 거버넌스의 확장과 정교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민간 협의체 간의 지속적인 거버넌스적 협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