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금속 산업과 자금세탁: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위험성
- 소규모 귀금속상의 AML 준수 어려움과 인력 부족 문제
- 보석협회 등 SRB의 역할 강화: AML 교육과 감사 지원
- 2028년 FATF 상호평가 대비: DNFBP 규제 도입과 PPP 강조

최명지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보이스피싱 이제 ‘골드바’로 세탁한다’ 2023년 4월 국내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으로 골드바를 구매한 뒤 현금으로 되팔고 그 금액을 환전하여 해외로 송금하는 등 4단계에 걸쳐 피해금을 자금세탁 해왔다. 또한 열흘간 수 억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하였으며,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처럼 귀금속은 범죄자들의 범죄자금을 자금세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3년 4월 1일부터 홍콩내에서 귀금속 및 보석 거래 금액이 HK$120,000이상인 경우 홍콩 당국에 이를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지원을 방지하려는 이유로 귀금속 거래 금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이를 매매한 보석상들에게 거래를 신고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등록 규제에 해당하는 귀금속은 가공 여부와 관계없이 금, 은, 백금, 이리듐 등이며 보석에는 모든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진주, 옥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석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이 해당된다. 귀금속이나 보석이 부착된 장신구나 시계 등의 거래시에도 당연히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2024년 1월1일, 위 법률이 개정된 시점(2023년 4월 1일)으로부터 9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되어 등록제도 하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귀금속 관련 등록증을 보유한 자만 HK$120,000이상의 현금 또는 비현금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홍콩 당국의 이러한 선택은 귀금속 산업은 물리적 특성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자금세탁과 같은 금융범죄의 위험성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귀금속의 특징
1. 소형화 및 이동성
귀금속은 부피가 작아도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데,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과 같이 소량으로도 상당한 금액을 보유할 수 있어 운반 및 은닉에 용이하다. 예를 들어 금괴의 경우 2024년 기준 1kg의 약 5만~6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손바닥 크기의 금괴 하나로도 품목에 따라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귀금속은 무게 대비 부피가 작아 운반이 쉬우며, 다른 자산에 비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물리적으로 운반 시 수하물, 차량, 선박 등에 은닉해 밀수하기 쉬워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용이하며, 공항이나 국경에서 귀금속 밀수가 자주 적발되는데 금괴나 가공되지 않은 금은 밀수의 주요 대상이다. 특히, 두바이, 홍콩, 스위스와 같은 귀금속 거래 허브에서는 대규모 거래가 익명으로 자주 이루어지며 범죄 조직이 특정 국가에서 귀금속을 구매한 뒤 다른 국가에서 판매해 자금을 합법화하기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금괴나 다이아몬드 등은 반지나 목걸이 등으로 가공할 수 있어 원산지와 출처를 쉽게 감출 수 있기 때문에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
2. 익명성 및 높은 현금거래 비중
금괴나 원석은 고유 식별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아 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어려우며 금괴의 경우, 일부 정제소에서 발행하는 인증서나 시리얼 번호가 있지만 이는 쉽게 조작되거나 누락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귀금속 거래는 비공식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거래자 간 신원 확인이나 공식적인 기록 없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금광업에서 채굴된 금은 현지 브로커나 상인에게 판매되며 이 과정에서 출처 및 거래 내역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아 귀금속의 소유권을 추적하기 어렵고,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에 용이하다.
현금으로 귀금속을 구매하는 경우 자금의 출처가 불법 자금인 경우 금괴나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뒤, 이를 다시 판매하거나 금괴를 녹여 다른 형태로 가공할 수 있고 원석을 장신구로 만들어 출처를 숨겨 자금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금 거래의 경우 별도의 신분확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규모가 큰 거래시에도 익명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
귀금속을 이용한 자금세탁 사례
1. 독일의 금 자금세탁 사례
지난 2023년 3월 독일에서 수백만 유로의 금 거래가 관련된 자금 세탁 사건이 발생하였다. 해당 사건은 독일에서 금을 구입하여 터키로 운반한 후 금을 세공한 뒤, 보석으로 다시 수입하였다고 의심되는 출처 불명의 금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경찰은 용의자가 귀금속의 원산지와 자금 흐름을 은폐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통해 수입 및 수출 사업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금의 출처와 사용된 자금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범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이번 사건의 조사는 독일의 연방정부 산하 금융정보부(FIU)가 확인한 다양한 징후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으며, FIU의 조사관들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하여 분석 결과를 주 경찰서로 전달하였다. 이러한 노력 결과 2023년 10월 약 522,000유로, 19kg의 금이 세관 통제소에서 압수되었다.
2. 블러드 다이아몬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시에라이온, 라이베리아, 콩고 등 내전지역에서 채굴되어 반란 자금 및 전쟁자금으로 이용되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은 불법 채굴된 것이며 불법 채굴 과정에서 아동학대, 강간, 폭행, 살인 등 많은 범죄가 발생하였다.
사실 아프리카의 내전에서 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전쟁에서 무기구매 등 전쟁자금 및 테러지원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국제 인권운동단체들은 다이아몬드와 관하여 아프리카에서 약4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는 단순 통계치로, 확인되지 않은 숫자는 훨씬 큰 규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등 보석 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범죄의 퇴치를 위하여 많은 공익광고를 진행하고 있으나, 국제인권기구들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전쟁의 중요한 수단이며 테러자금의 출처라고 주장하였다.
3. 아랍에미리트(UAE), 금 정제소 32곳 운영중단 사례
아랍에미리트는 자금세탁과 관련 금융 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랍에미리트 내 32개의 금 정제소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러한 조치는 금 밀수와 제도권 밖에서의 금 거래 등 불법 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금 거래 중심지 중 하나로, 귀금속 거래자로 등록된 수치만 통계적으로만 약7천명이 넘으며 집계되지 않은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금융시스템은 자금 세탁과 불법 금 거래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으며, 스위스와 같은 글로벌 조직과 아랍에미리트의 인접 국가들은 국경 내에서 거래되는 금의 출처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경제부에 따르면 운영이 중지된 정제소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위반한 곳들로 확인된 위반 사항에는 고객을 확인하지 않거나 위험 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테러자금조달에 대한 위험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랍에미리트 당국은 정제소 운영의 정지가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국제 기준을 따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으며, 제도적 정비도 시행 중에 있어 금 부문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가 2021년 223건에서 작년 6,432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귀금속 거래에 관한 국내외 규제
1. 국제규제
(1)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권고사항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Combat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 (CFT))를 위해 국제적인 규제를 제정하는 기관이며, 귀금속상과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에도 중요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귀금속상은 카지노,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중개업자 등과 함께 FATF에서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으로 지정하여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권고사항 22,23,28번 등에는 DNFBPs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들이 다루는 자산 및 금융 거래의 규모와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이들 직군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FATF 권고사항의 핵심이다.
또한 FATF에서는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국가별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총회에서(24.10.21~24.10.25) 우리나라는 종합적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나,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등의 평가에서는 ‘미흡’ 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2028년 3월에 예정되어 있는 제5차 FATF 평가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예정인데, 남은 기간동안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와 관련한 제도의 설계 및 운영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UNDOC(유엔 마약범죄사무소)
UNDOC는 귀금속 및 고가치 자산 관련하여 자금세탁방지와 불법 자금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권고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프로그램 및 권고사항은 주로 불법 채굴, 밀수 거래에 따른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법 집행 교육 강화, 국제 협력 강화 등이 있는데 경찰, 검사, 세관 등 많은 국가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현재 케냐와 남아프리카에서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기술에 중점을 둔 교육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해 불법 채굴 및 밀수 방지와 관련해 지역적. 국제적 협력을 지원하고 공급망에서 의심 거래를 식별하는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불법 자금 흐름을 방지하기 위한 모델 법안 및 규제 가이드라인을 회원국에 제공하여 공급망 투명성 확보, 자금세탁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2. 국내규제
-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에 관한 업무규정
우리나라 법령에는 귀금속상의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규제를 별도로 다루고 있지는 않으며,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에 관한 업무규정 ‘제30조(고객유형 평가)에 금융회사 등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는 자금세탁행위등의 위험(이하’고객 위험’이라 한다)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해당 규정에는 고객의 직업(업종). 거래유형 및 거래빈도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세부 내용에는 ③금융회사 등은 다음 각 호의 고객을 자금세탁 등과 관련하여 추가정보 확인이 필요한 고객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5. 고가의 귀금속 판매상이 설명되어 있다.
이는 귀금속상을 고위험 고객으로 분류하여 금융거래시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당국에서는 귀금속상에 대하여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지침이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는 귀금속상에 대하여 위험평가를 실시하 적절한 교육을 마련하여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귀금속 업계를 위한 제언
위에서 다루었던 귀금속의 특징 및 사례, 관련 법규를 종합하여 보면 귀금속의 대표적인 특징인 ‘익명성’ 은 불법자금을 합법화하려는 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또한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 귀금속의 실제소유자(UBO) 파악 및 출처 공개 의무도 없기 때문에 귀금속을 통한 자금세탁이 더욱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국가별로 귀금속 거래에 관한 규제가 도입되어 있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며 관련 법규가 제정되어 있는 국가들 간 법규가 상이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자금세탁 네트워크에서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금세탁 수단으로 귀금속이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귀금속 거래 시 고객확인 의무, 거래기록 보존의무, 의심거래 보고, 교육 및 인식제고 등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고객확인이란 금융기관에서의 금융거래 전 고객정보 수취와 유사하게 귀금속 거래시에도 거래에 참여하는 고객의 기본정보 및 직업 등을 확인하고 고액 거래의 경우 자금의 실제소유자(UBO) 및 자금원천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확인 후 실제 거래가 진행되면 해당 거래 내용을 기록하여 보존하고,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거나 고객의 이상행동 감지 시 금융정보분석원(Kofiu)에 의심거래 보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귀금속상 및 귀금속 거래자들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것이며, 따라서 충분한 교육 및 인식제고가 필요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의 충분한 지원 및 관련 협회에서 내부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귀금속상이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이고 인력도 부족한 특성상, AML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보석협회 등 자율규제기구(SRB)는 귀금속상에게 AML 교육과 감사(Audit) 업무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2028년도 FATF 우리나라 상호평가를 앞두고 DNFBP에 대한 AML 규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귀금속상들은 지금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감독당국, 귀금속상, 보석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귀금속 산업의 AML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

- 귀금속 산업과 자금세탁: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위험성
- 소규모 귀금속상의 AML 준수 어려움과 인력 부족 문제
- 보석협회 등 SRB의 역할 강화: AML 교육과 감사 지원
- 2028년 FATF 상호평가 대비: DNFBP 규제 도입과 PPP 강조
최명지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보이스피싱 이제 ‘골드바’로 세탁한다’ 2023년 4월 국내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의 헤드라인이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으로 골드바를 구매한 뒤 현금으로 되팔고 그 금액을 환전하여 해외로 송금하는 등 4단계에 걸쳐 피해금을 자금세탁 해왔다. 또한 열흘간 수 억원의 피해금액이 발생하였으며,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처럼 귀금속은 범죄자들의 범죄자금을 자금세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3년 4월 1일부터 홍콩내에서 귀금속 및 보석 거래 금액이 HK$120,000이상인 경우 홍콩 당국에 이를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지원을 방지하려는 이유로 귀금속 거래 금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이를 매매한 보석상들에게 거래를 신고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등록 규제에 해당하는 귀금속은 가공 여부와 관계없이 금, 은, 백금, 이리듐 등이며 보석에는 모든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진주, 옥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석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이 해당된다. 귀금속이나 보석이 부착된 장신구나 시계 등의 거래시에도 당연히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2024년 1월1일, 위 법률이 개정된 시점(2023년 4월 1일)으로부터 9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되어 등록제도 하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귀금속 관련 등록증을 보유한 자만 HK$120,000이상의 현금 또는 비현금 거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홍콩 당국의 이러한 선택은 귀금속 산업은 물리적 특성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자금세탁과 같은 금융범죄의 위험성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귀금속의 특징
1. 소형화 및 이동성
귀금속은 부피가 작아도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데,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과 같이 소량으로도 상당한 금액을 보유할 수 있어 운반 및 은닉에 용이하다. 예를 들어 금괴의 경우 2024년 기준 1kg의 약 5만~6만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손바닥 크기의 금괴 하나로도 품목에 따라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귀금속은 무게 대비 부피가 작아 운반이 쉬우며, 다른 자산에 비해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물리적으로 운반 시 수하물, 차량, 선박 등에 은닉해 밀수하기 쉬워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용이하며, 공항이나 국경에서 귀금속 밀수가 자주 적발되는데 금괴나 가공되지 않은 금은 밀수의 주요 대상이다. 특히, 두바이, 홍콩, 스위스와 같은 귀금속 거래 허브에서는 대규모 거래가 익명으로 자주 이루어지며 범죄 조직이 특정 국가에서 귀금속을 구매한 뒤 다른 국가에서 판매해 자금을 합법화하기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금괴나 다이아몬드 등은 반지나 목걸이 등으로 가공할 수 있어 원산지와 출처를 쉽게 감출 수 있기 때문에 범죄조직의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
2. 익명성 및 높은 현금거래 비중
금괴나 원석은 고유 식별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아 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어려우며 금괴의 경우, 일부 정제소에서 발행하는 인증서나 시리얼 번호가 있지만 이는 쉽게 조작되거나 누락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귀금속 거래는 비공식 시장에서 이루어지며, 거래자 간 신원 확인이나 공식적인 기록 없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금광업에서 채굴된 금은 현지 브로커나 상인에게 판매되며 이 과정에서 출처 및 거래 내역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아 귀금속의 소유권을 추적하기 어렵고,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에 용이하다.
현금으로 귀금속을 구매하는 경우 자금의 출처가 불법 자금인 경우 금괴나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뒤, 이를 다시 판매하거나 금괴를 녹여 다른 형태로 가공할 수 있고 원석을 장신구로 만들어 출처를 숨겨 자금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금 거래의 경우 별도의 신분확인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규모가 큰 거래시에도 익명 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
귀금속을 이용한 자금세탁 사례
1. 독일의 금 자금세탁 사례
지난 2023년 3월 독일에서 수백만 유로의 금 거래가 관련된 자금 세탁 사건이 발생하였다. 해당 사건은 독일에서 금을 구입하여 터키로 운반한 후 금을 세공한 뒤, 보석으로 다시 수입하였다고 의심되는 출처 불명의 금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경찰은 용의자가 귀금속의 원산지와 자금 흐름을 은폐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통해 수입 및 수출 사업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관계자들은 금의 출처와 사용된 자금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범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이번 사건의 조사는 독일의 연방정부 산하 금융정보부(FIU)가 확인한 다양한 징후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으며, FIU의 조사관들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하여 분석 결과를 주 경찰서로 전달하였다. 이러한 노력 결과 2023년 10월 약 522,000유로, 19kg의 금이 세관 통제소에서 압수되었다.
2. 블러드 다이아몬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시에라이온, 라이베리아, 콩고 등 내전지역에서 채굴되어 반란 자금 및 전쟁자금으로 이용되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은 불법 채굴된 것이며 불법 채굴 과정에서 아동학대, 강간, 폭행, 살인 등 많은 범죄가 발생하였다.
사실 아프리카의 내전에서 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는 수많은 전쟁에서 무기구매 등 전쟁자금 및 테러지원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를 비롯한 국제 인권운동단체들은 다이아몬드와 관하여 아프리카에서 약4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는 단순 통계치로, 확인되지 않은 숫자는 훨씬 큰 규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등 보석 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범죄의 퇴치를 위하여 많은 공익광고를 진행하고 있으나, 국제인권기구들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전쟁의 중요한 수단이며 테러자금의 출처라고 주장하였다.
3. 아랍에미리트(UAE), 금 정제소 32곳 운영중단 사례
아랍에미리트는 자금세탁과 관련 금융 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랍에미리트 내 32개의 금 정제소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러한 조치는 금 밀수와 제도권 밖에서의 금 거래 등 불법 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금 거래 중심지 중 하나로, 귀금속 거래자로 등록된 수치만 통계적으로만 약7천명이 넘으며 집계되지 않은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금융시스템은 자금 세탁과 불법 금 거래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으며, 스위스와 같은 글로벌 조직과 아랍에미리트의 인접 국가들은 국경 내에서 거래되는 금의 출처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경제부에 따르면 운영이 중지된 정제소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위반한 곳들로 확인된 위반 사항에는 고객을 확인하지 않거나 위험 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테러자금조달에 대한 위험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랍에미리트 당국은 정제소 운영의 정지가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국제 기준을 따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으며, 제도적 정비도 시행 중에 있어 금 부문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가 2021년 223건에서 작년 6,432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귀금속 거래에 관한 국내외 규제
1. 국제규제
(1)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권고사항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는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Combating the Financing of Terrorism (CFT))를 위해 국제적인 규제를 제정하는 기관이며, 귀금속상과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에도 중요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귀금속상은 카지노,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중개업자 등과 함께 FATF에서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으로 지정하여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권고사항 22,23,28번 등에는 DNFBPs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들이 다루는 자산 및 금융 거래의 규모와 민감성을 고려할 때, 이들 직군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FATF 권고사항의 핵심이다.
또한 FATF에서는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국가별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총회에서(24.10.21~24.10.25) 우리나라는 종합적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나,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등의 평가에서는 ‘미흡’ 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2028년 3월에 예정되어 있는 제5차 FATF 평가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예정인데, 남은 기간동안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와 관련한 제도의 설계 및 운영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 UNDOC(유엔 마약범죄사무소)
UNDOC는 귀금속 및 고가치 자산 관련하여 자금세탁방지와 불법 자금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권고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프로그램 및 권고사항은 주로 불법 채굴, 밀수 거래에 따른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법 집행 교육 강화, 국제 협력 강화 등이 있는데 경찰, 검사, 세관 등 많은 국가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현재 케냐와 남아프리카에서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기술에 중점을 둔 교육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제 협력 강화를 위해 불법 채굴 및 밀수 방지와 관련해 지역적. 국제적 협력을 지원하고 공급망에서 의심 거래를 식별하는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불법 자금 흐름을 방지하기 위한 모델 법안 및 규제 가이드라인을 회원국에 제공하여 공급망 투명성 확보, 자금세탁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2. 국내규제
-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에 관한 업무규정
우리나라 법령에는 귀금속상의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규제를 별도로 다루고 있지는 않으며,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에 관한 업무규정 ‘제30조(고객유형 평가)에 금융회사 등은 고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생하는 자금세탁행위등의 위험(이하’고객 위험’이라 한다)을 평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해당 규정에는 고객의 직업(업종). 거래유형 및 거래빈도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세부 내용에는 ③금융회사 등은 다음 각 호의 고객을 자금세탁 등과 관련하여 추가정보 확인이 필요한 고객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5. 고가의 귀금속 판매상이 설명되어 있다.
이는 귀금속상을 고위험 고객으로 분류하여 금융거래시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당국에서는 귀금속상에 대하여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지침이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는 귀금속상에 대하여 위험평가를 실시하 적절한 교육을 마련하여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귀금속 업계를 위한 제언
위에서 다루었던 귀금속의 특징 및 사례, 관련 법규를 종합하여 보면 귀금속의 대표적인 특징인 ‘익명성’ 은 불법자금을 합법화하려는 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또한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 귀금속의 실제소유자(UBO) 파악 및 출처 공개 의무도 없기 때문에 귀금속을 통한 자금세탁이 더욱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국가별로 귀금속 거래에 관한 규제가 도입되어 있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으며 관련 법규가 제정되어 있는 국가들 간 법규가 상이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자금세탁 네트워크에서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자금세탁 수단으로 귀금속이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귀금속 거래 시 고객확인 의무, 거래기록 보존의무, 의심거래 보고, 교육 및 인식제고 등 자금세탁방지 관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고객확인이란 금융기관에서의 금융거래 전 고객정보 수취와 유사하게 귀금속 거래시에도 거래에 참여하는 고객의 기본정보 및 직업 등을 확인하고 고액 거래의 경우 자금의 실제소유자(UBO) 및 자금원천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확인 후 실제 거래가 진행되면 해당 거래 내용을 기록하여 보존하고,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거나 고객의 이상행동 감지 시 금융정보분석원(Kofiu)에 의심거래 보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 및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귀금속상 및 귀금속 거래자들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것이며, 따라서 충분한 교육 및 인식제고가 필요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의 충분한 지원 및 관련 협회에서 내부 교육을 통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귀금속상이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이고 인력도 부족한 특성상, AML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보석협회 등 자율규제기구(SRB)는 귀금속상에게 AML 교육과 감사(Audit) 업무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2028년도 FATF 우리나라 상호평가를 앞두고 DNFBP에 대한 AML 규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귀금속상들은 지금부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감독당국, 귀금속상, 보석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귀금속 산업의 AML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