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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룰 전면 확대, AML 투명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 [김경민 연구위원] 20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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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중심 가상자산 범죄, 국내 거래소를 거치다
- 트래블룰 확대, 투명성과 규제의 균형점 모색
- AML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내부통제와 국제 협력

김경민 ㈜한국디지털거래소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사례가 급증하였다.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사기, 인신매매 등 조직범죄 단체들이 불법적으로 획득한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전환해 국외로 이전하는 주요 경로로 한국의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지목되고 있다.

FATF의 트래블룰(Travel Rule) 의무화로 다수 국가가 VASP 간 이전 시 송·수취인 정보 제공 및 공유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 트래블룰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많고, 국가별 이행체계가 상이한 점은 여전히 큰 취약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025년 11월 28일 ‘자금세탁방지의 날’ 행사에서 금융위원장은 첨단화·다양화되는 자금세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정책 방향으로, 현재 100만 원 이상의 거래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 규제를 100만 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속조치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2027년 1월 1일부터는 금액과 무관하게 가상자산사업자 간 모든 이전거래에 트래블룰이 적용되며, 수신 가상자산사업자에게도 정보수취·확인·거절 의무가 새롭게 부과된다.


본 기고에서는 이번 입법예고안을 바탕으로, 2027년부터 본격화될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에 대한 시사점과 그 실효적 한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취인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제도(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제10조의10)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100만 원 이상의 거래에만 국한되었던 정보제공 의무가 2027년 1월 1일 시행령 개정으로 전면 확대됨에 따라, 향후 가상자산사업자 간 모든 이전 거래는 금액과 관계없이 투명한 정보 공유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종전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의 이전 시에만 송금인·수취인 성명과 지갑주소 등의 정보를 상호 확인·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제3자 간 입출고도 가능하였으나, 이로 인해 캄보디아 등 고위험 지역의 제재 대상자에게 국내 VASP를 거쳐 자산이 이전될 수 있는 AML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있었다. 2027년 1월 1일 시행령 개정으로 금액 하한이 폐지됨에 따라 이제는 소액 거래를 이용한 규제 우회가 차단되었으나, 제3자 간 이전이 허용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고위험 거래 모니터링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와 캄보디아 후이원 개런티(Huiwon Guarantee) 간 코인 입출금 규모는 총 128억 645만 원으로, 이 중 124억 원 이상이 특정 거래소 "B"사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OFAC(미국 해외자산통제국)의 제재 발표 이후 직접적인 가상자산 이전은 감소했으나, 제재 대상자의 친인척이나 지인을 통한 우회 거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트래블룰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제3자 간 가상자산 입출고 허용은 글로벌 거래의 유연성을 높여 비즈니스 확장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그러나 AML 관점에서는 리스크가 크다. 본인 계정 간 가상자산이전 즉, 본인 명의의 해외 VASP로만 거래를 허용한다면 고위험 국가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범죄자금의 ‘직접 도달’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거래 유연성이 떨어지고 신규 고객 확보나 시장 확장 측면에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7년 2월 1일 시행 예정인 시행령 개정은 해외 VASP와의 이전거래에 대해 위험 등급별로 차등 규제를 도입하였다. FATF 권고사항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국가에 소재하고 국내 기준에 준하는 AML 의무를 이행하는 해외 VASP(저위험)와는 이전거래가 허용되나, FATF 지정 고위험 국가 소재 또는 인허가 의무 미이행 해외 VASP(고위험)와의 이전거래는 금지된다. 아울러 해외 VASP나 비수탁형 개인지갑과의 이전거래 중 1,000만 원 이상 거래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2027년 8월 20일부터 의심거래(STR)로 보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종전 트래블룰 제도는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서만 자금 흐름 추적이 용이하였다. 반면 100만 원 미만 거래는 송·수취인 정보 확인 의무가 없어 익명성이 유지되어 왔으며, 실제로 2025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이전거래의 약 60%가 100만 원 미만 거래였던 점을 감안하면 AML 사각지대가 상당하였다. 2027년 1월 1일 시행령 개정으로 금액 제한이 폐지됨에 따라 익명 소액 거래가 사라지고 보다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모든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해야 하는 VASP의 경우,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비용이 증가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중소 VASP의 준비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한계가 존재하며, VASP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무엇보다 제3자 이전 시 Watch List Filtering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해당 필터링 시스템이 ‘일배치(Real-time batch)’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일부 사업자는 일배치 방식으로 상시 필터링을 수행하지만, 주 1회 또는 월 1회만 실행하는 사업자도 있다. 이런 경우 제재목록이 최신 상태임에도 즉시 반영되지 않아 제재 인물과의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이전 과정에서 반드시 실시간 또는 일일 단위의 Watch List Filtering을 수행해야 하며,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상대 VASP에 즉시 정보를 요청해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더 안전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거래 가능한 해외 VASP에 대한 사전 Due Diligence도 중요하다. 2027년 2월 1일 시행 예정인 시행령 개정은 이를 법적 의무로 명문화하였는바, 국내 VASP는 해외 VASP와 거래관계를 수립하기 전에 신원을 확인하고 AML 조치의 내용·방법·수준을 평가한 뒤, 거래 기간 중에도 주기적으로 재평가하여야 한다. 특히 상대 VASP가 Watch List Filtering을 어떤 주기로 적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중복 필터링 효과를 확보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 환경에는 아직 완벽한 방어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트래블룰 전면 확대와 해외 VASP 위험평가·STR 의무화는 AML 사각지대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자금 이전 초기에는 ‘안전한 거래’로 판단된 자금이 후속 단계에서 제재 대상 단체로 흘러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완전한 AML 방어 체계를 위해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동일 수준의 규제와 기술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규 개정에 맞춰 VASP 스스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고도화하고, 국제 공조의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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