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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에 잠재되어 있는 자금세탁 위험 [김희수 연구위원] 202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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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을 통한 자금세탁 위험과 국제적 대응
- 해외 주요국의 부동산거래 AML 제재 현황
- 자율규제기구와의 협업체계를 통한 ML/TF 위험 대응

김희수 CAMS 우리투자증권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부동산 시장은 오래전부터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분야로 지목되어 왔다.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은 과거 미국의 알 카포네 범죄조직이 세탁소를 이용해 범죄수익금을 합당한 자금처럼 보이게 한 데에서 유래한다. 당시 세탁소는 현금 거래가 많아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러한 자금세탁은 배치, 반복, 통합의 3단계를 거치는데 부동산거래는 바로 이 통합과정에서 불법자금을 합법화하기 위한 매력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부동산이 범죄 수익을 세탁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각국의 대응을 촉구해 왔다.

우리나라의 자금세탁방지 현황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세 가지는 고객확인(CDD), 의심거래 보고(STR), 고액 현금거래 보고(CTR) 제도에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은 업권에 이러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전자금융업자, 대부업자, 가상자산사업자, 카지노사업자 등에 AML 의무를 부과하는 등 국제기준 이행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금융회사등은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거래가 발생하면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현재까지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이러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국내 부동산 거래에서의 자금세탁 위험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에서 전액 현금으로 구매를 하는 수상한 징후가 있어도 부동산중개업자는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고객의 신원 확인이나 자금 출처에 대한 검증 의무가 없으며, 의심거래를 당국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불법자금의 유입 창구가 될 위험성을 높인다. 구체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합법적 매출로 가장한 불법자금이 부동산 구매 및 개발사업으로 활용되면서 합법자금화 될 수 있으며 허위 임대차계약을 통해 임대수익금인 것 마냥 포장할 수도 있다. 작년에 **은행에선 부동산PF 대출 관련 자금을 횡령하여 차명으로 대여한 오피스텔 등에 불법자금을 은닉한 직원이 3000억원의 자금세탁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차명 부동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해외 불법자금의 국내 부동산 유입, 범죄조직의 부동산 투자 등을 비롯한 자금세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엔 해외 투자이민제도를 활용한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증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외 사례로 보는 부동산거래 AML 제재 현황
미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부동산거래 시 AML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부동산을 통한 자금세탁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를 마련하였다. 미국의 경우 2016년부터 ‘지정거래규칙(GTO, Geographic Targeting Orders)’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의 고가 부동산 거래를 금융범죄단속망(FinCEN)에 보고하도록 했다. 영국도 2018년 ‘자금세탁방지규정(MLR)’을 개정해 부동산중개업자를 포함한 모든 거래 관련자를 AML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영국 국세청(HMRC)은 자금세탁방지규정을 위반한 부동산중개업자들에게 총 160만 파운드(약 2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도 부동산거래 시 AML 규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2018년 ‘부동산중개업법’을 개정해 중개업자들에게 고객확인의무(KYC) 및 의심거래보고(STR)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고위험 거래에 대해 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는다. 또한, 싱가포르 부동산청(Council for Estate Agencies, CEA)이 AML 규제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부동산거래를 통한 불법자금 유입을 차단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AML 의무 부과
자금세탁방지와 이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따라 설립된 FATF 40개 권고사항예방조치 내용에 따르면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의 고객확인 항목이 있다. 부동산중개업자는 바로 이 특정비금융사업자(DNFBPs)에 포함되어 있으며 당국은 이들에 대한 AML 의무 부과 개선을 국제기구로부터 권고 받았다. 우리나라는 2028년 3월부터 예정된 제5차 FATF 상호평가에서 자금세탁방지 체계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권고사항을 미흡하게 대응한다면 국제 신용평가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엔 37개국의 회원과 금융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남은 3년여간의 시간동안 관계당국이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율규제기구와의 협업체계를 통한 ML/TF 위험 대응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중 하나인 실제 소유자인지를 확인하는 제도는 자금세탁을 차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무를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자금세탁 정보교환 등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ML/TF) 위험 대응에 필요하다. 협업체계 구축에 있어 소관 협회 등 자율규제기구(SRB)의 역할이 강조될 수 있다. SRB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업권별 회원사들을 연결하는 자율규제기구(Self Regulated Body)로서 회원사 직원들의 AML 준수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관 협회 차원의 AML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회원들에게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민간교육전문기관 등과도 협력하여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정기적인 AML 교육과 연수를 실시한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AML 의무 도입에 대비하여 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권고하는 방향에 부합할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자금 유입 차단에 기여할 것이다.

[참고문헌]
금융정보분석원, 「자금세탁방지제도 유권해석 사례집」,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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