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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대포통장 수법과 대응 방안 [박하윤 연구위원] 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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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대포통장 수법: 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범죄자들
- 불법 도박과 대포통장: 불법 자금의 숨겨진 흐름
-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법적·기술적 대응 방안

박하윤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석사과정


최근 연예인들의 도박 문제뿐만 아니라 청소년들 사이의 도박과 온라인 사설 도박이 급격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법 도박이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그 많은 불법 도박 자금은 어디에서 흘러오고, 어디로 흘러갈까?

불법 자금을 유통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포통장’이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좌가 필요하지만, 범죄자들은 피의자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대포통장이라는 수법을 이용한다. 대포통장은 지난 10년 동안 60만 개가 넘게 적발되었으며, 하루 평균 약 150개의 대포통장이 적발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적발된 대포통장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8271억 원에 이른다.


대포통장의 진화 된 수법
대포통장은 범죄의 온상이 되었으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은 2010년부터 계좌 개설 후 20영업일 이내에는 새로운 계좌 개설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법의 구멍을 파고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수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6년 4월 14일, 신설된 법인명의 계좌 개설 규제완화로 인해 거래 실적이 없는 신규 법인도 여러 은행에서 쉽게 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명의 대포통장보다 법인을 설립할 경우 하나의 명의로 여러 대포통장을 개설할 수 있어 더 비싸게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포통장 한 개당 200만~250만 원을 받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팔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경영난으로 폐업할 위기에 처한 법인들을 인수해 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조직에 팔거나 유통시키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또한, 쉽게 설립할 수 있는 업종을 이용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그 명의로 불법 자금을 이동시키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인명의 단체통장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삼행시 통장' 사건은 집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비영리단체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전세금을 편취한 사례로, 비영리 단체는 홈택스에서 고유번호증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어 이를 악용한 것이다.
대포통장 개설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인터넷은행의 모임통장이나 가상계좌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모임통장과 가상계좌는 비대면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개설할 수 있고, 계좌 개설 후 해지하고 다시 새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아주 쉽다. 특히, 모임통장은 한 번 명의를 도용해서 신분증을 인증하고 나면, 새 계좌를 계속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중고거래나 불법 도박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된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중고거래를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임통장을 만들어 사기를 치고, 이후 계좌를 해지하여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방식이다.

또한, 가상계좌는 은행과 결제대행업체(PG)가 계약을 통해 생성되며, 하나의 계좌로 최대 1만 개의 가상계좌 번호를 만들 수 있다. 원래는 쇼핑몰이나 가맹점에서 무통장 입금을 받기 위해 사용되던 가상계좌가 이제는 불법 자금을 이동시키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개설이 까다로운 대포통장과 달리 가상계좌는 훨씬 쉽게 대량으로 만들어져 범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에서 계좌 개설 시 비대면 실명인증이 여전히 허술한 경우가 많다. 2015년에 만들어진 비대면 실명 인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분증 사본, 영상통화, 타행 계좌 인증 등 5개의 방법 중 2개를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명의를 도용하는 것이 쉽고,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치기 위해 자유적금통장이나 모임통장을 사용하는 사례는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2024년 5월부터 모임통장 개설 주기를 1개월로 제한하면서 어느 정도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비대면 실명인증 시스템의 허술함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포통장 개설이 점차 어려워지고, 금융회사들이 제재를 강화하자 범죄자들은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던 이용 중지 계좌를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대포통장을 막기 위한 규제와 제재가 강화될수록 새로운 수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범죄자들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포통장과 관련된 법적 대응
대포통장은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반하는 범죄 수단으로, 그 사용이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5월 19일 전자금융거래법이 일부 개정되었고, 대포통장을 양도, 양수, 대여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알선하거나 광고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대포통장 대여 등과 관련된 처벌이 강화되었고,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포통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수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금융실명제 시행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타인 명의를 이용한 금융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자금 세탁이나 불법 가상자산 거래와 같은 범죄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례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 불법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2011년부터 보이스피싱에 한정하여 계좌 지급정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개념을 확장하여 자금의 이동을 차단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불법 도박 사이트의 계좌를 동결하는 ‘클린 계좌 프로젝트’와 같이 신속하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불법 자금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대포통장 신고포상금 제도와 의심거래보고 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부터 대포통장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고 전용 사이트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대포통장과 관련된 범죄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의심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반복적으로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지연 이체나 지급정지 등의 방법으로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


결  론
대포통장 문제는 단순히 범죄 수단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불법 자금의 유통과 범죄의 확대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지속적으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기술적 대응을 강화해야 하며, 시민들 또한 불법 금융 거래와 대포통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을 통해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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